Contents

조회 수 1970 댓글 0
Atachment
첨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s1.jpg

또 대참사가 일어나 버렸다.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보내던 1995년 6월, 도쿄의 어머니가 갑자기 "괜찮냐? 위험하지 않느냐"고 전화를 걸어오셨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일본에서도 크게 보도되었던 것이다. 그 사건 기억이 난다. 20년 지나서 이젠 한국도 그런 대규모 사고는 없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흘러넘치는 한국 언론 보도를 도쿄에서 정리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선장이나 선원이 승객보다 먼저 탈출했다고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 같다. 일본 언론도 선장이 얼마나 무책임한 사람인가를 강조하고 있다. 그 행동에는 분노와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굳이 묻고 싶다. 한국 사회는 또 이번에도 선장 혼자에게 욕설을 퍼부어서 빨리 잊고 싶을까.

s2.jpg
(c)AFP

기억이 난 사고가 하나 더 있다. 내가 일본 오사카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던 2005년 4월 25일 오전 9시 18분, 만원의 통근 전철이 오사카로 가는 길에 커브를 틀지 못하고 아파트에 충돌해, 107명이 숨지고 56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후쿠치야마선 탈선사고'다. 대학 입학식을 마친 지 얼마 안 된 여대생들, 아이 4명의 아버지... 그날도 여느 때처럼 학교나 회사로 떠났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부서진 차량 안에서 피해자를 구출하는데 며칠이 걸렸다. 세월호 사고처럼 초조해하면서 구출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을 찾아다닌 날들이 떠오른다.

전철은 23세의 남성 운전기사가 운전했고, 직접 원인은 과속이었다. 운전기사는 과거에도 실수를 잇따라 저질러 재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날도 아침부터 실수를 연발해 도착 시간 지연을 만회하려고 서둘렀던 것 같았다. 더 이상 실수가 드러나면 운전기사에서 강등될까 봐 두려워했던 것 아닌가 싶다. 운전기사도 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당시 정부 사고조사위원회는 그러한 배경을 캤다.

그러나 "미숙한 운전사 한 명 탓이다" 식의 비난은 언론도 일본 사회도 퍼붓지 않았다. 그렇게 힐책하는 유족들이나 생존자, 철도회사 사원은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큰 소리가 아니었다. 초점은 "왜 운전기사는 그런 상황에 몰렸을까?"로 압축됐다.

그것은 아마, 적지 않은 유가족과 부상자들이 "다시는 우리와 같은 아픔을 누군가가 당하지 않게 해야 한다. 사고의 교훈을 재발 방지에 살리길 바란다. 아니면 희생이 쓸모 없게 돼 버린다"고 원했고 사회도 공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운전기사에게 책임을 돌려 결국 국철에서 분할 민영화된 철도회사나 행정 당국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했던 것이다.

유족들은 단합해서 사고를 일으킨 철도회사와 재발 방지책, 피해자 보상 등을 끈질기게 교섭했다. 철도회사는 승무원의 안전 교육에 힘을 쓰게 됐고 재교육 제도가 징벌적 성격이 너무 강해서 운전기사에게 압박을 준다고 비판 받자 더욱 실천적인 커리큘럼으로 바꿨다. 도착 시간을 중시하는 철도 운행 시간표가 운전기사에게 압박이 된다고 지적 받자 도착 시간도 늦췄다. 정부는 사고 현장을 비롯해 전국의 급커브에 속도를 자동으로 낮추는 안전 장치를 설치했고, 원래 국토교통성 기관이었던 사고조사위원회도 보다 독립성이 높은 '운수안전위원회'로 강화됐다.

이번 사고의 선원들은 어떨까. 승객 목숨보다 자기 목숨이 더 중요하다고 도망쳤다면 선원들은 직업에 자부심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해상 안전을 맡겨야 하는 상황은 구조적으로 건전한가? 그런 사람들에게 승객 안전 훈련이나 책임감 교육을 하는 것을 작은 해운 회사만 책임져야 할까? 선장은 1년 단위의 비정규 직원이었다는데 자부심을 갖고 승객 안전에 책임질 만한 대접인가. 도대체 선장은 자랑스러운 직업으로서 사회에서 인정 받고 있을까?

엉터리 건물을 지어 붕괴시킨 백화점 회장, 지하철에 불을 지른 미친 남자... 사회가 악인을 만들기는 쉽다. 특히 수사기관은 유족의 한을 풀기 위해 악인을 찾아내고, 때로는 억지로 만들어내고 나름대로의 '정의'로 철저히 문책한다. 물론 책임 있는 자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악인을 규탄하는 재판에서 업계의 구조적 착취 구조나, 승무원의 안전 교육을 게을리하는 업계 구조, 행정기관의 책임 등 배경 요인 규명을 기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책임 추궁과는 일단 상관없기 때문이다. 사법 절차와는 별도로 원인을 조사할 수 있는 독립성 높은 사고 조사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쁜 놈을 교도소로 보내고 사건은 잊힌다. 사회는 사고의 교훈을 일시적으로 공유할 뿐 또 사고가 되풀이된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사고를 대부분 사람들이 잊어버렸듯이.

선장, 선원, 해운사만이 아니라 법규와 정부기관의 책임을 검증하려는 보도가 점점 나오기 시작한다. 늙은 현장 책임자 한 명을 악마로 만든 사이, 정말 나쁜 악마는 숨어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선장의 행위를 "살인 같은 행태"라 비판했다는데 선장을 화풀이 틀로만 소비하지 말고 정말 악마와 오래 시간을 걸쳐 싸워야 할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 가족의 생환을 바라는 사람들, 기적적으로 생환한 사람들, 혹은 텔레비전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모든 한국인도 지금은 그런 정신적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잃어버린 수많은 젊은 목숨을 위해 재발 방지에 힘써주길 바란다.

후쿠치야마선 사고가 발생한 지 4월 25일로 9년이 된다. 올해도 위령식이 열리고 현장을 찾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도 매년처럼 사고 현장을 찾아갈 계획이다.

[출처] http://www.huffingtonpost.kr/2014/04/23/story_n_5189824.html

?

  1. No Image

    나쁜 상사의 특징 18가지

    나쁜 상사, 게으른 동료, 기타 회사 바보들을 상대하는 201가지 방법(Bad Bosses, Crazy Coworkers & Other Office Idiots: 201 Smart Ways to Handle the Toughest People Issues)이라는 책을 토대로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고가인 재클린 스미스(Jacquelyn...
    Date2014.12.11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795
    Read More
  2. 네이버 변심 때문에…NHN넥스트 정체성 논란

    10년간 1000억 기부해 SW 핵심인재 키운다 해놓고 "프로젝트 강화" 단기 프로젝트 위주로 교육과정 대폭 개편 교수 직함도 연구원으로 "융합형 인재 양성위해 장기적 관점 지원 절실" 일부 교수들 강력 반발 NHN넥스트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한...
    Date2014.12.11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598
    Read More
  3. 스티븐 호킹, “인공지능(AI)이 인류 멸망 가져올수 있다”

    이시대 최고 물리학자로 꼽히는 스티븐 호킹 박사가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의 위험성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온전한 인공지능의 개발은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 수 있다”며 그 위험성을 역설했다. 그는 현재까지 개발...
    Date2014.12.11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622
    Read More
  4. 에네스 카야 사과문, ‘유병재 해석법’ 화제

    터키 출신 방송인 에네스 카야가 불륜설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지난 5일 사과문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과문을 두고 한 누리꾼이 과거 유병재 작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인용해 '에네스 카야 사과문 해석'이란 글을 올려 폭발적인 반응을 ...
    Date2014.12.11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1273
    Read More
  5. [펌] 시발 니들이 뭘 알어?

    아프니까 청춘이다? 뭐? 요즘애들 눈이 높아서 왠만한 중소기업엔 들어가지도 않는다고? 얘들이 열정이 없어서 조금만 하다 포기한다고? 시발 니들이 뭘알어? 진짜 민주화투사들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할 때, 캠퍼스 꽃밭에서 소주나 까먹고 통기타나 치다가 그...
    Date2014.12.04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862
    Read More
  6. ‘국내도입’ 시급한 아이디어 상품 15가지 (사진)

    세상에는 '필요 없는' 발명품도 많다고 인사이트에서 소개한 바 있다. 그렇지만 아이디어 제품 중에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더 많다. 해외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디어 발명품을 모아봤다. 정말로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 1. 화장실 바닥에...
    Date2014.11.28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791
    Read More
  7. No Image

    (스압) 천재 이야기가 나와서 풀어 보는 폰 노이만 썰

    (스압) 천재 이야기가 나와서 풀어 보는 폰 노이만 썰.txt 존 폰 노이만은 부다페스트 출신의 미국인 수학자 겸 공학자 겸 과학자로 현대 최고의 천재 중 한명으로 여겨집니다. 어릴 때부터 8자리 곱셈을 암산한다든지 한번 읽은 책은 잊지 않는다는지 하는 남...
    Date2014.11.28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1547
    Read More
  8. 휴대폰을 기울이면 사진이 바껴요

    오래 전, 스마트폰 브라우저에서 자이로스코프 값 읽어서 테스트 하면서 만들어 본 거. 그래서 PC에서는 동작하지 않음 ㅋㄷ; 근데 컨텐츠가 왜 이러냐고? 나만 쓰레기야? ㅋㅋ https://gyro.hooni.net 휴대폰을 기울이면.. 끝까지 기울면 팬티가 보일지도 모...
    Date2014.11.28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961
    Read More
  9. 이 세상의 모든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29개의 그림들

    천개의 문장보다 한장의 그림의 메시지 전달력은 강력합니다. [출처] http://www.pawelkuczynski.com/
    Date2014.11.28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913
    Read More
  10. 아이콘디자인을 웹에 올린 덕분에 애플본사에 취직한 청년 이야기

    우리는 SNS를 통해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새로운 미디어를 잘 활용하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김윤재님(사진출처:본인제공) 최근 애플 쿠퍼티노본사에 취업해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김윤재씨를 알게 되었다. 그의 사...
    Date2014.11.28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881
    Read More
  11. No Image

    인터넷으로 영어공부 혼자하기 추천사이트 20선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서 꼭 비싼 돈을 지불할 필요가 있을까요... 인터넷과 IT의 발달로 집에서도 무료로 영어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즐겨찾기에 이런 사이트들을 차곡 차곡 저장해두고 있는데요, 여러분께 그 사이트들을 쏵~ 다...
    Date2014.11.28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10039
    Read More
  12.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 최강폭군 혜성이

    아이는 부모의 거울. 아빠의 지시적/명령적인 행동과 편애에 대한 도전적 반항장애..
    Date2014.11.28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910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80 Next
/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