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FreeTalk
2015.08.04 19:01

프로그래머의 윤리학 / 임백준

조회 수 63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겨레] 마틴 파울러는 2010년 열린 어느 콘퍼런스에서 ‘도구와 테크놀로지를 넘어서’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프로그래머의 윤리학을 다룬 내용이었다. 기술적인 내용이 아니었지만 파울러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참석해서 강의를 들었다. 그 이후로 파울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슷한 내용의 강의를 반복했다. 2014년 독일 베를린에서 있었던 고투(GOTO)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그저 코드 멍키가 아니라고’(Not Just CodeMonkeys)는 강연 내용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영어공부를 하면서 보기에 좋다. 파울러는 이 강연에서 컴퓨터 사용자를 속여서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물건을 사도록 만들거나, 보험에 들게 만들거나, 서비스에 가입시키는 일체의 인터페이스를 묶어서 다크패턴(dark patterns)이라고 불렀다. 넓은 범위에서 생각하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피싱이나 악성코드도 다크패턴에 속한다.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이 ‘사기’의 다른 이름인 것처럼, 다크패턴도 사기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기술이며, 누군가 정성스럽게 고민을 해서 만들어내는 작품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파울러가 주장하는 프로그래머의 윤리학은 바로 이 지점을 가리킨다. 다크패턴이라는 형태의 사기는 양심을 팔아먹은 프로그래머가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에 프로그래머의 윤리학이 의미를 갖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파울러로 국한되지 않는다. 컴퓨터 학자들의 모임인 컴퓨팅기계협회(ACM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에서는 일찍이 ‘소프트웨어 윤리코드와 직업적 관행’이라는 규약을 정해서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들은 언제나 “공공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두 명의 독일 프로그래머를 중심으로 ‘책임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이 만들어져 인터넷에서 동료 프로그래머들의 지지 서명을 받고 있다. 이 선언에서 흥미로운 항목은 첫번째인 “나는 내 결정에 대해서 윤리적 책임을 지며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와 두번째인 “인권과 시민적 자유를 해치는 소프트웨어는 개발하지 않는다”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한창일 때의 이야기다. 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함께 진행을 하고 있던 친구가 한국에서 메르스 정보를 가장한 문자메시지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그걸 클릭하면 곧바로 악성코드에 감염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진심으로 못된 사람들이라고 느꼈고 방송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메르스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심리를 이용해서 악성코드를 전염시키는 행태는 다크패턴 중에서도 가장 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해킹팀 사건이 드러나기 전이라서 우리는 그것이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다크패턴이었음을 알지 못했다. 그것이 설령 감청을 해도 좋을 만한 대상을 염두에 둔 작품이었다고 해도, 메르스를 이용한 다크패턴은 윤리적으로 저질이다. 그런 코드를 작성한 프로그래머는 “공공의 이익”이나 “윤리적 책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자기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임백준 팟캐스트 <나는 프로그래머다> 운영자
파울러가 말하는 프로그래머 윤리의 핵심은 다크패턴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런 것을 개발해 달라는 주문을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는 양심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는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염두에 두기 때문에 결코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 “모르고 개발”했다는 변명은 성립하지 않으며, 알고 개발하거나 아니면 알기 때문에 개발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윤리학이 필요한 이유다. 

임백준 팟캐스트 <나는 프로그래머다> 운영자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 [인기화보] [인기만화] [핫이슈]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oid=028&aid=0002284285


?

  1. 엄마보다 아빠가 아이들과 더 잘 놀아줘야 하는 이유

    By Sue Shellenbarger LINZIE HUNTER FOR THE WALL STREET JOURNAL 오하이오 주 켄트스테이트대학의 캐스린 컨스 심리과학 교수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30명의 청소년 및 아동이 부모에 대해 얘기하도록 했다. 컨스 교수 연구진이 부모와 자녀 간의 유대감을 평...
    Date2015.08.06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547
    Read More
  2. '1만 시간의 법칙' 틀렸다..결국 선천적 '재능'이 중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타고난 재능을 이길 수 없다는 조금 씁쓸한 소식!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2009년 발표된 책 '아웃라이어'에 나오는 얘기인데,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선 선천적 재능보다 1만 시간의 노력이 더 중요...
    Date2015.08.06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542
    Read More
  3. "당신이 지금 먹는 것은 음식 쓰레기"

    "악식" 황교익 선생 어록 BEST 10 #1. "치킨은 보수다" "치킨은 맛있는 음식이야. 한국인이면 당연히 맛있다고 생각해야 해. 외국인들도 한국 치킨 먹는대잖아, 대한민국 치킨을.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해." 그러니 치킨은 보수이다.관련기사 : 스토...
    Date2015.08.06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659
    Read More
  4. 책속의 문장(14) 성과는 좋지만 성품이 나쁜 직원을 포기하겠다.

    청나라 황제인 강희제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인재를 논할 때 반드시 덕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짐은 사람을 볼 때 반드시 심보를 본 다음 학식을 본다. 심보가 선량하지 않으면 학식과 재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재능이 덕을 능가하는 자는 나라를 ...
    Date2015.08.06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627
    Read More
  5. 돈이 내게 행복을 사줄 수는 없지.

    "돈이 내게 행복을 사줄 수는 없지. 하지만 그래도 저택에서 울고 싶어." 마저마저 ㅠㅠ;
    Date2015.08.05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367
    Read More
  6. 프로그래머의 윤리학 / 임백준

    [한겨레] 마틴 파울러는 2010년 열린 어느 콘퍼런스에서 ‘도구와 테크놀로지를 넘어서’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프로그래머의 윤리학을 다룬 내용이었다. 기술적인 내용이 아니었지만 파울러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참석해서 강의를...
    Date2015.08.04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639
    Read More
  7. 단재-신채호님의 불세출의 명언

    우리나라에 부처가 들어오면 한국의 부처가 되지 못하고 부처의 한국이 된다. 우리나라에 공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공자가 되지 못하고 공자를 위한 한국이 된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예수가 아니고 예수를 위한 한국이 되니, 이 ...
    Date2015.08.03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951
    Read More
  8. 영혼의 존재를 밝히려는 실험#2

    뇌사에서 깨어난 사람의 유체이탈 경험담을 토대로 실험을 함. 환자가 알 수 없는 높은 곳에 특정 사진을 비치 뇌사 후 깨어난 환자에게 물어봄.. [참고] 이전 스크랩한 글. 영혼의 존재를 밝히려는 실험#1 내용(HTML 복사) https://hooni.net/xe/60757 질량 ...
    Date2015.08.03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1428
    Read More
  9. 일본 디즈니랜드 동반자살하는 가족들의 공통점

    어떤 한국사람이 일본 여행을 다녀왔는데 가이드랑 한 방을 쓰게 됐답니다. 가이드랑 친해져서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가이드가 하는 말이.. 자기가 이 일을 오래 해보니까 느낀 게 사람들이 자살을 너무 많이 한다. 특히 가족 동반 자살이 많은데 일본에 디즈...
    Date2015.08.03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802
    Read More
  10. 주어진 삶에 대처하는 자세

    한 가정에 두 명의 형제가 있었다. 형제의 아버지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였다. 형제의 집에는 술 취한 아버지를 향한 어머니의 고함, 그런 어머니를 향해 퍼붓는 아버지의 주사. 그리고 웃음기 없는 얼굴로 하루를 버텨가는 형제의 모습만 있을 뿐이었다. 그...
    Date2015.08.02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380
    Read More
  11. 누나와 앵무새

    어머니께서 지병으로 누워 계신지 몇 해가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어느 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쪽진 뒤 우리 남매를 불러 앉혔습니다. 마치 돌아오지 못할 여행이라도 떠나는 사람처럼 얼굴에 슬픔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Date2015.08.02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386
    Read More
  12.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고 있나

    불가에 견월망지(見月亡指)라는 표현이 있다. 원문을 풀이하면 달을 봤으면 달을 가리키는 손을 잊으라는 뜻이다. 본질을 깨우쳤으면 수단들은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능엄경'은 견월망지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 "누군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 보인다면 우...
    Date2015.07.31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279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 80 Next
/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