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조회 수 625 댓글 0
Atachment
첨부 '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조선 초기 '서달'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흔히 요즘 말하는 금수저였다.

양가 부모 모두 권력과 부(富)의 최상위층에 있었고 외동아들인지라 귀하디 귀하게 자란 탓인지 '서달'은 항상 목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거만하였다.


seo01.jpg


어느날 '서달'은 본가의 어머니를 모시고 조선시대부터 임금 및 고관대작들이 즐겨 찾았던 충남 온양 온천에 갔다. 휴향을 마치고 돌아오던길, 신창현 (지금의 아산시)을 지날 때 였다.


seo02.jpg

<조선시대 온양행궁 :임금의 온천휴향>



'서달'의 무리 앞으로 이 지역 아전 (조선시대의 직급이 낮은 공무원) 2명이 걸어와 무리를 지나쳐 갔다. '서달'은 이들이 인사나 예를 갖추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간걸 괘씸하게 여겨 하인들로 하여금 방금 지나간 아전 2명을 잡아오라고 명령하였다.

아전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그냥 고을로 달아나 버렸다. 사실 서달은 금수저 일 뿐 관리나 왕족이 아니었기에 지방 아전 입장에선 누군지도 모르는 서달에게 굳이 예를 갖출 필요까진 없었다.


seo03.jpg


서달의 하인들은 고을을 이잡듯 뒤졌지만 좀처럼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 고을을 지나가던 다른 한 아전을 발견하고는, 이 엉뚱한 아전에게 방금 도망친 아전들이 어디 있냐고 추궁하였다. 영문을 모르던 이 아전이 모른다고 하자 서달의 하인들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다하여 줄로 묶어 놓고 매질을 하였다. 


이 장면을 목격 한 '표운평' 이라는 또 다른 아전이 달려와 '당신들은 관직에 있는 사람도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누군데 사람을 이렇게 패냐? ' 며 강력히 항의하며 말렸다. 그러자 매질하던 하인들의 표적은 '표운평'에게로 옮겨갔다. 서달의 하인들은 '표운평'을 매질한 후 '서달'에게로 끌고 갔다.


'서달'은 끌려 온 '표운평' 에게 다짜고짜 아까 도망친 아전들의 행방에 대해 추궁하였다.

영문도 모르고 매질 당한 '표운평'이 도망친 아전들에 대해 알 리가 없어 말을 잇지 못하자, '서달'은 술 취한척 하며 횡설수설 한다고 하여 하인들에게 몽둥이로 50대를 때릴 것을 명령하였다.


안타깝게도 '표운평'은 매질 이후 시름시름 앓다가 다음날 죽고 말았다.

갑자기 억울하게 남편을 잃은 표운평의 부인은 다음날 관아에 이 사실을 고발 하였다.


seo04.jpg


사건이 접수되자 대사헌이었던 감사 '조계생'은 신창현의 조사관 '이수강'과 '조순' 에게 조사를 맡겼다. 그리고 당시 사건 정황이 정확히 기록 된 보고서가 '조계생' 에게 넘어왔고, '조계생'은 이 보고서를 중앙의 형부(形部)에 송달하였다.



이 보고서가 형부(形部)로 들어가 제대로 처리 된다면 '서달'은 중형을 면하기 어려웠다. 특히 죄질이 나쁘기 때문에 최고 사형까지 가능한 사건이었다.


잠시 '서달'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보자.

'서달'의 아버지 '서선'은 '서희'의 11대손으로 태종 이방원과 동문수학 한 사이였다. 조선 1회 과거 시험 합격자로서 이후 충청, 경기, 경상, 전라 4도의 관찰사를 지내고 형조 . 예조. 이조의 참판, 한양부윤, 형조 판서까지 역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리고 '서달'의 장인은 더 대단했다. 고려말부터 조선초기에 이르기까지 영의정에 18년, 우의정 1년, 좌의정 5년까지 총 24년을 정승의 자리에 있었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재상이라 불리우는 '황희'가 바로 그의 장인이었다. 게다가 사건 당시 '좌의정'을 역임하고 있었다.


seo05.jpg


먼저 서달의 아버지 '서선'은 사건이 발생 한 신창현의 현감 '곽규'와 최초 조사를 맡았던 '이수강'을 찾아가 사건 무마 청탁을 하였다. 그리고 사위이자 옆 고을 대흥현감 '노호'에게 부탁하여 '조계생'의 손을 떠나 형부(形部) 로 가던 보고서를 빼돌렸으며, '표운평' 가족에게 찾아가 합의를 볼 것을 종용 하였다.


한편 사위가 죽을지경에 처한 좌의정 '황희' 역시 당시 우의정이었던 '맹사성'의 고향이 신창현인지라 '맹사성'에게 죽은 '표운평'의 가족과의 합의를 부탁하였다. 이에 '맹사성'은 신창현감 '곽규' 에게 서신을 보내고, 죽은 표운평의 형 '표만복'을 직접 한양으로 불러 합의를 볼 것을 제안하였다.


서달의 외척인 '강윤' 은 '표운평' 집안에 찾아가 돈을 줄테니 합의 할 것을 종용하였고, 여기에 이미 뇌물을 받은 표운평의 형 '표만복'까지 가세하여,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고관대작들이 이리 부탁하는데 합의해주자' 는 등 계속해서 득달하는 바람에 표운평의 아내는 협박과 회유를 견디다 못해 결국 합의서를 써주게 되었다.


seo06.jpg

<고불 맹사성 상 : 아산시청>


표운평의 아내가 합의를 해주자 사건 조작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최초 조사관이었던 '이수강' 과 '조순'은 1차보고서를 뒤엎고, 표운평 살해 사건은 서달의 하인 중 대장격인 '잉질종'이 과잉 충성으로 인한 자의로 저지른 살인 사건으로 2차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2차 보고서를 받은 대사헌 '조계생'은 1차 보고서 때와 내용이 판이하게 다르자, 이를 이상하게 여겨 옆 고을 조사관 '윤환'과 '이운'에게 이 사건을 재조사 할 것을 지시한다.


하지만 '윤환'과 '이운'이 신창현에 와서 보니 이미 고관대작들의 힘이 뻗쳐 있는걸 알게 되었고, '강윤', '이수강', '조순' 에게 설득되어 3차 보고서 역시 2차때와 똑같이 '잉질종'이 범인인 것으로 보고 된다.


결국 3차 보고서는 '조계생'을 거쳐 형부(形部)로 올라가게 되었다.


한편 형조좌량 '안승선'은 사건이 형부(形部)에 접수 되었음에도 바로 처리하지 않고 7개월 가량 이 보고서를 손에 쥐고 있는다. 왜냐하면 서달의 아버지 '서선' 이 한양부윤에서 형조판서 즉 이 사건을 담당 할 형부(形部)의 최고 수장으로 부임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서선'이 형조판서로 부임되자 그제서야 아들의 사건을 형조참판 '신개'에게 넘긴다.

물론 이미 다 맞춰진 시나리오 대로였다.


seo07.jpg

<조선 시대 6조>




'신개'는 즉시 하인 '잉질종'을 옥에 가두고, 사형은 구형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의 처리에 관한 보고서가 최종적으로 임금에게 보고 되었다.


사실 최종 보고서만 보자면 이 사건은 하인 종놈 하나가 사람을 죽였고, 이에 사형에 처한다는 별대수롭지 않은 사건이었다. 하지만 임금은 뭔가 석연치 않았다.


seo08.jpg


보고서에 이상한 점이 있다고 느낀 당시 임금 세종은 형부(形部)를 불신하고 직접 의금부에 대대적인 재조사를 명령한다. 그리고 결국엔 모든 진상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seo09.jpg

<세종대왕> 



이후 판결은


황희(좌의정, 서달의 장인) : 파면

맹사성(우의정) : 파면

서선(형조판서, 서달의 아버지) : 직첩회수

신개(형조참판) : 귀양

조계생(대사헌) : 귀양

안숭선(형조좌랑) : 귀양

이수강(온수현감) : 곤장100대 + 귀양

조순(전지직산현사) : 곤장100대 + 3년노역치 벌금

이운(직산현감) : 곤장100대 + 3년 노역치 벌금

윤환(목천현감) : 곤장100대 + 3년 노역치 벌금

노호(대흥현감, 서달의 처남) : 장90대 + 2.5년치 벌금

곽규(신창현감) : 곤장100대 + 3년노역

강윤(신창교도, 서달의 외가친척) : 곤장100대 + 3년노역

신기(도사) : 곤장 100대

서달 : 곤장100대, 3천리 귀양, 3년 노역치 벌금



일명 '서달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조선 초기 고관대작들이 국가 최고 권력을 이용해 민초의 죽음을 무마하려 했던 광범위하고 치밀한 권력형 비리 사건이었지만, 진실이 들어나면서 고관대작들이 한꺼번에 법의 철퇴를 맞는 유래를 찾기 힘든 희대의 사건이기도 하다.


특히 역사상 최고의 제상이라 불리우는 '황희'에게 있어서는 '흑 오브 흑' 역사이기도 하며, 다르게는 '황희사위' 사건이라 불리며 꼬리표로 따라다니게 되었다.

'맹사성' 역시 그의 훌륭한 업적에 치욕을 남긴건 마찬가지이다.

'서달'의 경우 아버지 '서선'이 외동아들임을 호소하여 세종이 자비를 베풀어 사형은 면하게 된다.

하지만, 곤장 100대 + 귀양 + 3년 노역치 벌금형 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다.

대사헌 '조계생'은 자신의 역할 안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해 억울한 면이 다소 있다. 그래서인지 8개월뒤 귀양이 풀린다.


무엇보다도 '서달사건'은 고관대작으로부터 민초에 이르기까지 법 앞에서의 만민평등에 대한 세종의 단오함을 엿볼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seo10.jpg


"벼슬아치에서부터

민가의 가난하고 비천한 백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법에 대한 가부를 물어라,

만약 백성이 이 법이 좋지 않다고 하면

행할 수 없다."                                   


- 세종 12년 -




?

  1. 조선 후기 주막의 기능

    은행 역할도 했었구나..
    Date2017.12.05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657
    Read More
  2. LG전자 - 삼성보다 앞서는 기술

    나도 LG가 훨씬 더 좋다 ㅋㅋㅋ
    Date2017.11.23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713
    Read More
  3.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자린고비 이야기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자린고비 이야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두쇠나 괴짜라고 알고 있고 그런 상황에 많이 인용되는 자린고비 이야기. 천장에 굴비를 매달아 두고 밥 한술에 굴비 한 번 쳐다보며 식사를 했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일...
    Date2017.11.14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853
    Read More
  4. 소니는 어떻게 부활했는가?

    역시 기술회사는 기술로 먹고 살아야 멋있다. 보면 볼 수록 삼성은 기술 회사 아닌 거 같음.
    Date2017.11.03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719
    Read More
  5. 샤프전자는 어떻게 무너졌는가?

    LCD TV를 샤프전자에서 처음 만들었구나
    Date2017.11.03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691
    Read More
  6. 내가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아닐까?

    잘생긴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속 인물 '트루먼 버뱅크'는 24시간 생방송되는 쇼의 주인공인다. 그의 주변 인물도 모두 배우들이고 그가 사는 곳도 연출된 스튜디오이다. 시청자들은 그의 출생부터 지금까지 일거수 일투족을 시청...
    Date2017.10.21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1018
    Read More
  7. 초간단 한국사 정리

    초가단 요약이라 꼭 알야하는 정도
    Date2017.10.19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1740
    Read More
  8. 동양인과 서양인의 시선 차이

    그래서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어순도 다르고..
    Date2017.10.19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904
    Read More
  9. 컴퓨터가 밥 먹여주냐?

    컴퓨터에 빠져있던 시절 아버지는 종종 말씀하셨다. "컴퓨터가 밥 먹여주냐?" 그 당시는 속상했던 말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힘을 얻는 주문처럼 돼 버렸다. 힘들고 지칠 때나 미래가 두렵고 우울할 때 마다 그 시절 그 때를 생각해 본다. 1990년대 중반, 고등...
    Date2017.10.14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924
    Read More
  10. 장점이 단점이 되고,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다.

    꽃사슴이 물을 마시다가 물속에 비친 자신의 뿔을 봤습니다. 아름다운 자신의 뿔에 꽃사슴은 스스로 감탄하하면서 자랑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갸냘픈 다리에 눈길이 머물자 너무 연약해보여 한숨을 쉽니다. 그때 사자가 나타났습니다. 깜짝 놀란 사슴...
    Date2017.10.13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1053
    Read More
  11. 기프티콘 낚시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톡 선물)

    # 추가 어느 날 gift.hooni.net 히트 수가 급격히 올라가더니.. 이게 좀 많이 퍼졌나 봄. 그리고는 며칠 뒤.. 카카오톡에서 해당 API 키를 차단할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 통보가 옴.. 그래서 그냥.. 다른 계정 하나 파서 API 키를 다른걸로 바꾸고, 로그인 추가...
    Date2017.09.30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59703
    Read More
  12. 명태의 다양한 이름들

    생태, 동태, 황태, 코다리, 노가리…‘명태’의 다양한 이름 ‘맛 좋기로는 청어요,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태’는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어 온 생선이다. 12월에서 1월이 제철인 명태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겨울철 부족한 ...
    Date2017.09.28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688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80 Next
/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