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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은 어떻게 실리콘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나?

by hooni posted Aug 1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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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0일(현지시각) 구글은 새로운 지주회사 '알파벳'을 세우고, 이제는 자회사가 된 구글의 CEO로 부사장이었던 인도 출신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를 임명했다. 기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어도비의 '샨타누 나라예'까지 인도 출신 CEO들은 점차 실리콘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 밖에도 구글의 빅 군도트라, 아밋 싱할도도 인도 출신이고, 한 조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하는 기업의 30% 이상이 인도인이다. 초창기 실리콘밸리를 유대인이 지배했다면, 21세기로 접어들며 인도인들은 유대인과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도는 실리콘밸리를 지배하게 됐을까?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1. 통합된 SW중심정책



인도는 무려 1986년부터 정부 주도하에 소프트웨어 정책을 펼쳤다. 그 당시 한국이 철강, 자동차 등을 목표로 나라를 키웠던 것처럼 인도는 처음부터 소프트웨어 육성을 목표로 했고, 수 많은 혜택을 기업들에게 줬다. 이 정책 덕분에 글로벌에서 활동하던 많은 소프트웨어인력들이 귀국하여 소프트웨어창업을 주도하며 자본, 기술, 마켓팅 정보, 새로운 경영기법을 들여오게 됐다. 그리고, 이 정책 뒤에는 1988년 설립된 NASSCOM(인도소프트웨어서비스 국영협회)가 있다. 이 단체는 정부와 기업의 가교역할을 맡는 비영리 단체로, 소프트웨어, IT 서비스, 인터넷, 전자상거래분야를 총괄한다. 그 당시 인도의 정책에 혜택을 입은 아이들이 성장하여 지금 실리콘밸리를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참고 링크 : 위키피디아 


 

2. 실리콘밸리와의 협업으로 고급기술 습득


"Born to Global!" 최근 많은 스타트업들이 외치는 이야기다.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로 시작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인도의 소프트웨어산업은 태생부터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쉽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지구반대편에 있는 미국이 잠든 시간에 일할 수 있는 나라이며, 영어가 가능한 우수한 수학.과학인재가 많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다. 아웃소싱이라 하면 특히 국내의 기업들은 갑,을,병,정의 하도급을 떠올리기에 매우 열악한 소프트웨어근로환경을 떠올리지만 인도의 아웃소싱은 대한민국과 아주 다르다. 인도는 글로벌 소프트웨어기업이 발주를 하다 보니 매우 정확한 설계와 효과적인 아웃소싱을 진행한다. 글로벌을 상대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발주처의 능력이 높다 보니 질 나쁜 다단계 하도급이 설 자리는 드물다. 결국 인도는 미국의 선진 소프트웨어기술과 프로세스를 배우는데 매우 좋은 조건이었고, 개발자와 기업들은 이러한 토대에서 성장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됐다. 
잠시 국내의 경우를 비교해 보자. 국내는 발주능력이 높지 않은 정부기관이 많다. 또한, 대기업내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캡티브 마켓의 SI의 경우, 소프트웨어 사용자가 한정되어 있으며, 인력장사만 하는 질 나쁜 하도급 업체들이 존재한다. 당연히 SI시장의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이 인도에 비해 매우 약할 수 밖에 없다. 

 

3. 신분 상승의 직종



당연한 얘기지만, 정부에서 밀어주고 산업도 잘되니 소프트웨어인력이 최고의 직업인 나라가 됐다. 신분 제도 때문에 좋은 직업을 갖지 못했던 인도에서는 소프트웨어는 천민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 중 하나며, 이는 사실상 신분 상승의 수단에 비견할 만 하다. 한국에서 소프트웨어는 3D 직종 중에 하나며, 닭을 튀기기 위한 과정 중에 하나라고 우스개 소리가 나돌 정도로 신분 하락의 직종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소프트웨어개발자가 의사와 같아져야 한다고 말하면 무슨 헛소리냐고 하겠지만, 이미 그런 나라가 있다. 미국과 인도다. 


 

4. 종교의 나라, 수학의 발상지


인도는 잘 알다시피 수학의 발상지다. 이는 태생부터 인도인들이 소프트웨어에 강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에 하나다. 사실 소프트웨어는 수학의 파생학문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에게 들은 인도인에 대한 이야기는 "수학을 참 잘한다"다. 물론, 한국인들도 수학을 잘 한다. 그러나 차이는 있다. 한국인들은 정해진 문제를 푸는 것을 잘하고, 인도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해법을 찾아내는 것에 강하다. 인도의 '베다수학'은 수학 자체가 공식이라기보다는 알고리즘이며 여러가지 방법으로 풀이를 하는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닮았다. 
또, 인도는 명상과 요가의 나라며 수 많은 종교가 탄생한 인류의 정신적 고향이기도 하다. 종교로 인한 비합리적인 문화와 폐해도 많지만 창의적 측면에서 종교와 명상은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는 소프트웨어의 창의력과 독창성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물질 만능주의적이고 근면성과 하드웨어를 강조하는 한국 문화와는 차이가 크다. 


 

5. 한국에서도 실리콘밸리의 CEO가 나올 수 있을까?



우리가 알기로는 한국에서 인도인 CEO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IT 기업인 구글, MS, 애플, 심지어 소프트뱅크까지 모두 인도인들이 경영에 핵심을 차지하고 후계자가 되고 있지만 한국은 요지부동이다. 글로벌 환경은 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하드웨어와 통신 중심의 사고로 경영하는 CEO들이 대다수다. 그리고, 그 후계자들은 대부분 그의 자식들이다. IOT와 서비스 중심의 IT산업의 시대에 과연 글로벌 기업들과 싸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반대로 한국인이 글로벌 IT 기업의 CEO가 될 수 있을까? 물론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확률을 높이려면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그 힌트는 인도에게서 얻을 수 있다. 
보다 강력한 소프트웨어 정책, 글로벌 환경에 동참, 정신과 사람 중심의 사회로의 의식 전환, 
소프트웨어는 컴퓨터로 일하지만, 사실상 핵심은 사람의 두뇌에서 이루어진다. 자본과 제품이 가장 가치 높은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에서 가장 높은 가치는 우수한 인재와 사용자의 행동이다.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관찰, 그리고 창의력이 있어야만 "IT 강국"이라는 칭호를 금세기 내에 다시 한번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글 : 양병석, 편집 : 김정철 

- 이 글은 컬럼니스트의 의견으로 더기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http://thegear.co.kr/9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