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조회 수 2295 댓글 0
Atachment
첨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대학 가라고 차마 말하지 못하는 이유
지금 대학은 어떤 곳인가. 문화 권력이 될 수 있는 대학은 극소수이고, 기회비용 문제가 대학의 목줄을 죄고 있다. 대학은 공동화되었다.

얼마 전 한 지방의 강연에서 만난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곧잘 공부를 했던 아들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 성적이 수직 낙하한 모양이었다. 근처의 대학에 들어갔는데 아들이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고 나오지를 않더란다. 군대를 다녀오면 좀 나을까 싶었는데 다녀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아들이 배관공을 하는 이웃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몇 달 뒤 아들은 대학을 그만 다니고 배관공이 되겠다고 했다. 일단 방에서 나온 것만으로도 대견해서 뭐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정말 아들이 대학을 안 다녀도 되겠느냐고 아버지가 내게 물어왔다. 왜 꼭 대학을 다니게 하고 싶은가를 아버지에게 되물었더니 아버지는 그래도 한국에서 대학은 나와야 사람 구실을 하지 않겠느냐고 우울하게 대답했다.

성적이 최하위권인 일반계 고등학교의 김 아무개 선생은 자기 학교 출신 중에 대학을 마치는 학생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대부분 이름도 잘 모르는 대학에 진학한다. 입시철이 되면 이런 학교에서 원서를 아예 주고 간다. 원서비 같은 것도 없고 내신 중에서 한 학기 한 과목만 본다. 아무나 들어가려고 마음만 먹으면 들어갈 수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대학 갈 생각이 없던 친구들도 분위기 타서 간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간 다음에 졸업하는 학생은 없다. 수업을 듣는 것도 몸에 배어 있지 않지만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보장되는 것이 하나도 없고 결국 돈 낭비라는 걸 깨닫는다. 그러면서 “선생님 저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요”라며 휴학을 한 뒤 남학생들은 군대를 간단다. 휴학은 곧 자퇴다. 대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univ.jpg
ⓒ그림 박해성

성경이는 자발적 비진학자다. 주변의 친척 형·누나들을 보면서 대학에 왜 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었던 성경은 일찌감치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대신 그 돈과 정성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쏟아 부었다. 대학의 가치에 대해 냉소적이지만 의외로 성경이는 나중에는 대학을 가려 한다고 말했다. 다소 의외여서 ‘졸업장이 필요한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보다는 좀 더 심화된 공부를 하고 싶고, 그런 공부를 하려면 역시 언젠가는 대학에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이 세 사례는 한국의 대학이 처한 위치와 위상이 어디쯤인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첫 번째 아버지가 걱정하는 것처럼 대학은 사회적·문화적으로는 여전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대학을 나와야만 사회적·문화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국과 같은 학벌 사회에서 대학은 여전히 강력한 ‘문화 권력’이다.

두 번째 김 선생의 이야기에서는 경제적 측면에서 대학은 거의 껍데기만 남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학 수는 지나치게 많고 자본은 대학을 졸업한 노동력을 그만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학이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졸업장뿐이지만 어떤 대학들은 기회비용 측면에서 계산해보면 적자다.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한국의 대학

마지막으로 성경이가 말하는 대학은 말 그대로 ‘공부하는 곳’이다. 아무리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지식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나면 사람들은 기술을 넘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원리’에 대해 궁금해한다. 좀 더 나은 기술을 갖기 위해서라도 이때부터 필요한 것은 원리를 이해하는 일이다. 원리를 이해하고 그 원리를 자신이 응용할 수 있을 때 사람은 자유로워지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자유란 ‘법칙의 바깥’이 아니라 ‘법칙의 활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성경이가 말하는 대학이란 바로 이런 원리를 배우고 그 원리를 통해 자유로워지는 기술을 배우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대학은 이 세 가지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학 자체가 권력일 수 있었지만 이제 문화 권력이 될 수 있는 대학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경제적인 기회비용의 문제는 대학의 목줄을 죄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공부하는 곳으로서의 대학은 공동화되었다. 나는 성경이에게 언젠가는 대학에 가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출처] http://www.sisain.kr/19460

?

  1. 부모나래. 아이와 놀아줄 때 어떤 부모입니까?

    아이가 놀이를 리드하게 하세요. 부모는 따라가기만 하구요. 아이 행동을 마치 중계 방송하듯이 말로 묘사하면서 아이 스스로 하는 말들에 귀 기울이세요. 늘 모든 것이 교육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놀이에 마음껏, 자유롭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
    Date2014.02.28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3132
    Read More
  2. No Image

    출생연도(出生年度)에 따른 간지(干支) : 1801년~2100년

    태세(太歲)와 그에 해당하는 띠를 나타낸 간지(干支) 출생연도(出生年度)에 따른 간지(干支) : 1801년 ~ 2100년 간지(干支) 연도(年) 신유년(辛酉年) 닭 1801년 1861년 1921년 1981년 2041년 임술년(壬戌年) 개 1802년 1862년 1922년 1982년 2042년 계해년(癸...
    Date2014.02.28 CategoryHogoo Byhooni Views8153
    Read More
  3. 대학가라고 차마 말하지 못하는 이유

    대학 가라고 차마 말하지 못하는 이유 지금 대학은 어떤 곳인가. 문화 권력이 될 수 있는 대학은 극소수이고, 기회비용 문제가 대학의 목줄을 죄고 있다. 대학은 공동화되었다. 얼마 전 한 지방의 강연에서 만난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었다. 중학...
    Date2014.03.04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2295
    Read More
  4. No Image

    지하철이 역에 도착하면 놀랍게 변하는 디지털 스크린 옥외광고

    디지털 옥외광고의 혁신적인 변신을 체험하다! 스웨덴 스톡홀롬의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여성 화장품 브랜드 Apotek Hjärtat의 프로모션을 위해 기획된 디지털 스크린 광고 속에는 긴 머리를 가진 여성의 모습이 보여지는데요 지하철이 역에 도착하는 순간 광...
    Date2014.03.04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2906
    Read More
  5. No Image

    "세금 더 내기 싫다.." 월세 집주인 꼼수 백태

    처음 월세에 세금물리겠다는 정책 내놓을 때부터 예상되던게 터져 나오네요. 솔직히 꼼수라고 욕할 상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비전문가인 제가 봐도 뻔히 예상될 헛점투성이 정책을 내놓은 정부가 문제가 아닐런지.. 공통점은 "집주인의 세부담이 세입자에게 ...
    Date2014.03.05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2812
    Read More
  6. 안드로이드폰의 몰랐던 진실.. 이런 위험이

    글로벌 보안업체 포티넷은 최근 발간한 `2013년 보안 위협 동향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서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악성코드의 절대 다수가 안드로이드 환경에서 발견됐다고 4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은 모바일 ...
    Date2014.03.05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2661
    Read More
  7. [펌글] 대기업 인사팀 18年차의 조언

    대기업 인사팀 18年차의 조언 전 대기업에서 인사업무만 18年 가까이 하고 퇴직하고 지금은 자영업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하는게 아니라 와이프 미용실 셔터맨인 셈이지요 오늘은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서 진심으로 여러분께 조언드리고자 합니다. 인사담당...
    Date2014.03.05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2151
    Read More
  8. 바탕화면 고화질

    흐흐흐
    Date2014.03.10 CategoryHogoo Byhooni Views2851
    Read More
  9. 부모가 된 지 1년

    부모가 된 지 1년 - a year of parenting *parenting : 육아 *a year of parenting : 육아 1년차 *nap : 낮잠/낮잠자다 (=have a nap/take a nap) -innocuous : 해가 되지 않는 -fraught with ~ : 좋지않은 ~ 투성이의 ex) The process was fraught with diffi...
    Date2014.03.12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3220
    Read More
  10. 컴퓨터 진화를 이끈 ‘위대한 알고리즘 9’

    컴퓨터 진화를 이끈 위대한 알고리즘(Algorithms)에는 어떤 게 있을까. IT 기술은 놀라운 진화 속도를 보여 왔다.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알고리즘이라고 불리는 처리 방법이다. 알고리즘은 컴퓨터 진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
    Date2014.03.20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2304
    Read More
  11. No Image

    창의적인 사람들이 일반인들과 달리 하는 18가지 행동

    창의적인 사람들은 일반인들과 생각하는 패턴 자체가 매우 다르다고 하죠. 1) 그들은 꿈을 꾼다 (They daydream) 학창 시절때 수업시간에 공부는 안하고 멍~ 때리면서 딴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있죠. 남들이 봤을땐 그건 매우 시간 아까운 쓸떼없는 일이라고 ...
    Date2014.03.20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2298
    Read More
  12. 자신의 일을 중국 개발자에게 아웃소싱한 개발자(미국)

    자신의 일을 중국 개발자에게 아웃소싱한 미국의 개발자 요약된 기사는 여기[링크]서 볼 수 있고 원 기사는 여기[링크] 1월 14일에 나온 내용이다. 이 사건은 이러하다. 미국에 있는 한 회사의 IT 관리자가 VPN 접속 로그를 살펴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중국 선...
    Date2014.03.21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273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80 Next
/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