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어려움
#1.
상용 프로그램은 보통 몇 만줄에서 몇 십만 줄 정도의 양임.
이를 책으로 낸다면 몇 십권 짜리 장편소설이라고 보면 됨.
몇 십권 짜리 우주 SF물을 썼는데,
출판사에서 출판일 한 달 앞두고 주인공의 성별을 여자로 바꿀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는 요청이 옴.
시나리오에서 주인공이 남자라고 가정해서 쓴 부분들을 하나하나 찾아 보다가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
약혼녀의 성별 변경을 위해 해당 부분을 찾아 보다가 약혼녀의 전 남친이 시나리오 상 주요 인물이라 여기 저기에 나오는데 상남자 컨셉이다보니 이를 표현하기 위해 남자로 가정하고 작성된 글이 여러 시나리오를 걸쳐 여기저기 너무 많이 나오고 있고 그렇다고 전 남친이 아닌 걸로 설정 하려니 주요 시나리오에 문제가 발생하여 기간 안에 이를 고치는 건 어렵다고 통보함.
다음 날 갑자기 긴급 회의가 잡힘.
기획에서 여자가 주인공인 소설들을 나열 하면서 왜 우주 SF물은 꼭 남자가 주인공 이어야 하는지 여자여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설득하기 시작. (성별은 문제가 아니고 출판 앞두고 갑자기 바꾸는게 문제라고..)
내부 인물 관계도를 그리면서 우리 구조상 변경이 어렵다고 설명해 주었지만 (이해가 잘 안되었는지) 기획자 한 명이 경쟁사에서 이미 주인공이 여자인 SF 소설을 출판 했는데 우리는 왜 안되냐고 입을 삐죽 거림. (안된다는게 아니라 갑자기 변경하는 게 어렵다고.. 멍충아 ㅋㅋ)
다른 기획자 분이 이를 막으며 위에서 마케팅 상 중요사항으로 판단하여 꼭 진행을 해야 한다고 이해 부탁드린다고 설득. (위에서 까라면 까라고?)
그럼 주인공이 레즈비언이어도 괜찮겠냐고 그럼 기간 안에 수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역제안을 했더니 그 기획자는 (이렇게 하면 되는걸 왜 자꾸 안된다고만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생각하며) 문제 없을 것 같다고 응답하며 이대로 진행하기로 함.
소설은 몇 몇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냄.
다만 남성 팬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자 후속작으로 주인공의 아들이 주인공인 소설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소설 상 인기있는 스킬을 꼭 포함해 달라고 부탁. (하지만 해당 스킬은 주인공 가문 혈족만 쓸 수 있는 스킬..)
전작에서 주인공은 레즈비언이고 이미 해당 약혼녀랑 결혼했어서 이건 어려울 것 같다고 검토 의견 남김.
그러자 다음날 또 긴급 회의가..
#2.
출판사에서 새로운 장편을 만들기로 함.
다만 처음부터 모든 세계관을 만들기에는 일정이 촉박하여 다른 세계관을 사와서 그걸 기반으로 하기로 함.
개발에서 여러 세계관을 검토해보고 현재 기획이 로봇이 나오는 스페이스 오페라인 만큼 건담이 가장 잘 맞다고 판단하여 건담 라이센스를 사와서 해당 세계관을 기반으로 작성하기로 함. (개발에서는 이를 플랫폼/프레임워크라 한다.)
절반쯤 작성 했을 때 갑자기 주인공이 도술을 쓸 수 있게 하면 어떻겠냐고 위에서 제안이 옴.
이는 건담 세계관과 맞지 않다고 거절 하였으나 (프레임워크에서 이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다고 하였으나) 바로 안된다고 하지 말고 건담 세계관에서 도술을 쓸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좀 더 찾아달라고 응답이 옴.
일단 형식상 검토 하는 척 시간을 끌다가 기술상 어렵다고 응답.
갑자기 긴급 회의가 잡히더니 그럼 세계관을 마블로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일정을 다시 산정해 달라고 했더니 이미 절반 정도 작성한게 있는데 왜 처음부터 해야 하냐고..
내말이..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