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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불안, 당신만 그런 것은 아니다.
임백준 IT칼럼니스트 baekjun.lim@gmail.com 2014.05.27 / AM 08:21 개발자

해커뉴스(Hacker News)를 통해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애덤 컬프라는 사람이 쓴 “개발자의 불안, 당신만 그런 것은 아니다(Developer Anxiety, we're not alone)”라는 제목의 글이다. 컬프는 남부플로리다에서 PHP 사용자 그룹을 이끌고 있는 개발자, 혹은 해커다. 
 
그는 밝고 강건하게 보이는 프로그래머 친구 한 명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의 내면에 깊은 불안과 근심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그러한 불안과 근심이 친구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깨닫게 되어 글을 썼다.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이 만성적인 불안에 휩싸여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프로그래밍이라는 ‘일’은 대단히 재미있지만 동시에 강력한 스트레스를 자아내는 활동이다. 그래서 개발자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방사능을 피할 수 없듯 유형무형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의 뿌리는 대개 스트레스에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 곧바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받은 스트레스가 길게는 6개월 뒤에 심리적 불안의 형태로 다가오기도 하는 것이다.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불안하다면 과거에 받은 스트레스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거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개발자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노동 강도와 급여수준을 고려하면 한국의 개발자들이 미국의 개발자들보다 일반적으로 더 강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컬프가 나열한 항목을 보면 미국의 사정도 장밋빛은 아니다. 
 
-충분히 바쁘지 않은 개발팀에서 일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생각이 복잡해진다. 높은 사람이 우리가 바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인원축소 바람이 불지 않을까? 남는 시간에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일 없이 출퇴근만 하면서 월급을 받는 것이 정당한가? 내 실력이 충분히 좋지 않은 것일까? 
-내가 일하고 있는 코드베이스는 전면적인 리팩토링이 필요한데, 리팩토링 작업을 허락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회사가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완전히 새롭게 작성했는데, 새로 작성한 코드가 이전의 코드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다. 
-뭔가 뚜렷한 기여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 프로젝트나 골라서 일단 시작하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시작할 방법을 모르고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 되지 않는 빡빡한 마감일. 
-프로젝트에 필요한 요구사항의 결핍. 
-부서 재배치 
-새로 등장하는 테크놀로지의 흐름에 발을 맞추기 어렵다. 
-시장 바닥 같은 작업 환경 
-질문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봐 물어볼 수가 없다. 
-위에 나열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주변에 없기 때문에 외롭다고 느끼거나 아니면 자기가 '별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미국 개발자들의 고민을 담은 내용이지만 한국의 개발자에게도 적용되는 내용이 많을 것이다. 다음은 컬프가 제시하는 조언이다.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해줄 수 있는 작은 방법의 모음이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차를 마셔라. 
-스트레스 수준이 너무 높으면 감초뿌리(Licorice root)로 만든 약을 하루에 두 알씩 먹어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까 주의) 
-지나치게 빡빡한 마감일에 대해서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을 배워라. 
-점심시간에 산책을 해라. 
-책을 읽어라. 기술서적 말고 일과 관련 없는 책을 읽어라. 영감을 자극하는 책이나 소설 같은 것. 
-프로젝트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수집하는 방법과 작업량을 예측하는 방법을 익혀라. 
-매일 20분 이상 심장 박동수를 높일 수 있는 달리기나 다른 물리적인 운동을 하라.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어라. 개발자들은 혼자 있기를 더 좋아하지만 그래도 말을 하려고 노력하라. (필요하면 남의 말을 잘 경청하는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라.) 
-사용자 그룹에 가입하거나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서 나와 같은 사람들을 끌어들여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코드를 작성하는 방법을 가르쳐라. 그래서 엉망으로 작성된 코드와 마주할 가능성을 줄이도록 노력하라. (이런 노력에는 물론 끝이 없다.) 
-가끔 재택근무를 하라. 
-새로운 일감을 구하라. 직업을 바꾸라는 뜻은 아니다. (극단적인 선택이긴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면 어쩔 수 없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라. 불안이 엄습할 때 최소한 심장마비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컬프의 조언을 하나마나한 이야기라며 가볍게 흘려듣지 않기 바란다. 한국에서는 실제로 스트레스 때문에 쓰러지거나 사망하는 개발자의 사례가 적지 않다. 오랫동안 프로그래밍을 해온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 경험을 무수히 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얼마 전인 5월 초에 현장에 출시한 시스템에서 자잘한 버그가 발생해서 1주일 정도 두뇌를 120% 가동하는 각성상태로 보내기도 했다. 스트레스로 인해서 초래된 각성상태에서는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녀석이 몸속에서 아드레날린과 비슷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운동을 할 때 느끼는 무아지경 같은) 쾌감마저 있다. 
 
그것이 버그로 인해서 초래되었든 아니면 버그 같은 상사 때문에 초래되었든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악몽' 스토리가 있을 것이고,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기꺼이 밤을 새울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자기가 처한 환경이 컬프가 나열한 스트레스 항목과 관련된 부분이 많지 않다고 해도 몸속에 쌓이는 스트레스를 덜기 위한 그의 조언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건강은 예방이 최선이다. 
 
프로그래밍이 아니더라도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은 시절이다. 스트레스가 불안으로 나타나는 잠복기가 6개월이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적어도 10월 16일이 될 때까지 불안과 근심에 시달릴 것이다. 올 여름에 불안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있다면 그건 더위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런 밤을 맞이하거든, 까닭모를 불안의 뿌리가 과거에 받은 스트레스에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리고 그러한 불안과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이 결코 그대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대는 혼자가 아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http://www.zdnet.co.kr/column/column_view.asp?artice_id=2014052708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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