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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을 감추고 바보인척 하기는 힘들다.
- 정판교의 난드어후투(難得糊塗) 처세술-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 중에 가장 힘든 것이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바보인척 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중국에서 만났던 중국 지식인들이 나에게 자주 하던 말이다. 중국어로는 ‘난드어후투’, 우리말로는 난득호도(難得糊塗)라고 한다. 풀이하자면 바보(糊塗)인척 하기는 정말 어려운(難))일이다.’는 뜻이다.
 
원래는 청(淸)나라에 문학가 중 8대 괴인(怪人)으로 알려진 정판교(鄭板橋)라는 사람이 처음 사용한 말인데. 혼란한 세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이면 화를 당할 것이기에 그저 바보인척하고 인생을 살아가라는 뜻으로 정판교의 인생철학이 담겨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난드어후투’의 철학이 중국의 일부 지식인만의 인생철학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인생철학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본래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무리 훌륭해도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중국사람들의 철학을 보면 그것이 어쩌면 생존을 위한 고도의 위장술일 수도 있고, 상대방을 안심시켜 좀 더 강한 공격의 효과를 기대하는 전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신의 능력을 남에게 자꾸 보이려 하면 상대방이 나를 시기하거나 경계할 것이고, 결국 나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계산이다. 병법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무런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이는 사람을 하수(下手)라고 한다. 손자병법에서는 자신의 모습과 의도를 상대방에게 보이지 말라고 충고하면서 ‘상대방의 의도와 모습은 밖으로 드러나게 하고, 나의 의도나 모습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는 사람이 가장 유능한 장군이다.’라고 말한다. 상대방의 의도는 거울을 보듯이 빤히 알고 있고 나의 의도는 상대방이 전혀 모를 때 나의 힘은 적보다 압도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시형법(示形法)이다. 시형법이란 상대방에게 내 모습을 자유자재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나를 상대방에게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고 바보 같은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병법서 육도에는 이런 말이 있다. ‘매가 먹이를 채려고 할 때는 날개를 움츠리며 나직이 날고, 맹수가 다른 짐승을 노릴 때는 귀를 세워 엎드리고, 현명한 사람이 움직이려고 할 때는 어리석은 듯한 얼굴빛을 한다.’
 
이것과 관련한 고사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때 정(鄭)나라 왕인 무공(武公)은 이웃 나라인 호(胡)나라에 대하여 욕심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침략 의도를 감추고자 자신의 딸 중에 한명을 호나라 왕에게 시집을 보내 그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신하들을 불러 회의를 하며 이렇게 물었다. ‘과인이 다른 나라를 공격하려고 하는데 어떤 나라를 가장 먼저 공격하는 것이 좋겠소?’ 이때 관기사(關其思)란 신하가 왕의 의도가 호나라에 있다는 것을 꿰뚫고는 호나라를 먼저 공격하여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왕은 화를 벌컥 내며 ‘저 신하는 과인에게 사돈 나라인 호나라를 공격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호나라는 내 사위의 나라이거늘 싸움을 부추기는 저 관기사는 마땅히 참수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며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말한 관기사를 참수하고 말았다. 호나라를 공격하자고 주청하였던 관기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호나라는 완전히 경계를 풀고 안심하였고, 그 틈을 타서 정나라는 호나라를 공격하여 멸망시켜 버렸다. 먹이 감 앞에서 자신의 의도를 감춰 상대방으로 하여금 경계를 풀게 하고 결국은 한 순간에 상대방을 제압하는 전술을 사용한 것이다. 정말 처절한 생존을 위한 섬뜩한 전략과 전술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이런 위장술 없이 그저 내 있는 그대로 상대방에게 보여주며 잔머리 안 굴리고 살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들의 꿈일 것이다. 아 그런데 어쩌랴! 나는 순진하고 솔직하게 살고자 하나 세상이 나를 가만 두지 않는걸! 똑똑하면서 바보처럼 살기는 정말 힘들다는 ‘난드어후투’의 처세술. 하루하루 생존의 벼랑끝에 처절하게 매달려 살아가는 우리 중생들이 한번쯤은 생각해 봄직한 인생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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